- 줄거리 요약: 반짝이던 여름이 끝나고 지아는 차가워졌다
- 내 경험: 나도 선이였고, 지아였고, 보라였다
- 평점 및 비평: 봉준호가 뽑은 최고의 한국영화가 된 이유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들 이야기가 이렇게 마음을 후벼팔 줄 몰랐습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은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선(최수인)이 전학생 지아(설혜인)와 여름방학 동안 친구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개학 후 교실에서 만난 지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습니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네이버 관람객 평점 9.21점, 봉준호 감독이 뽑은 최고의 한국 영화 중 하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진지하게 담아낸 독립영화, 지금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반짝이던 여름이 끝나고 지아는 차가워졌다
선(최수인)은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학교에서는 항상 혼자입니다. 인기 많은 보라에게 대놓고 무시당하고, 집에서는 아픈 부모님과 말썽꾸러기 동생을 돌보느라 바쁩니다. 그러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가 혼자 교실에 남아 있습니다.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본 두 아이는 순식간에 세상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됩니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함께 뛰어놀고, 생애 가장 반짝이는 여름을 보냅니다.
그런데 개학이 되자 모든 게 달라집니다. 교실에서 만난 지아는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합니다. 보라의 무리에 합류하고, 선을 외면합니다. 선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여름이 진짜였는데.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하려 발버둥 치던 선은 결국 지아의 비밀을 폭로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두 아이 모두를 다치게 합니다.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순하게 나누지 않습니다. 선도, 지아도, 심지어 보라도 저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의 세계보다 단순할 것이라는 편견을 이 영화는 조용히 무너뜨립니다.
내 경험: 나도 선이였고, 지아였고, 보라였다
〈우리들〉을 처음 본 건 마흔 즈음이었습니다. 아이들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봤는데, 중반부터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아가 개학 후 선을 외면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친하게 지냈는데 개학 후 학교에서 모른 척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때 선처럼 이해할 수 없어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가 지아처럼 행동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무리에 속하고 싶어서 친했던 아이를 슬쩍 외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가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싶습니다.
마흔이 넘어서 이 영화를 보니 어릴 때와는 다른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내가 한 선택들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다는 것. 사소한 것 같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 이 영화가 그 기억을 다시 꺼내게 만들었습니다.
평점 및 비평: 봉준호가 뽑은 최고의 한국영화가 된 이유
〈우리들〉은 2016년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습니다. 국내 개봉 후 네이버 관람객 평점 9.21점을 기록했고, 봉준호 감독이 뽑은 최고의 한국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아이유가 자신의 인생 영화로 꼽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와 초등 5학년 도덕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됐습니다.
비평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아이들의 연기입니다. 출연한 아역 배우들은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윤가은 감독은 대본을 암기시키는 대신 상황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끌어냈고, 덕분에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파수꾼의 소녀 버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같은 배급사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다만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갈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다소 열린 형태로 마무리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아이들의 화해가 너무 단순하거나, 반대로 너무 어설프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애매함이 이 영화의 단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아이였던 모든 어른을 위한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바로 볼 수 있으니, 오늘 저녁 한 번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들〉을 보고 나서 초등학교 때 내가 외면했던 그 아이 생각이 오래 났습니다. 이름도 기억나고, 얼굴도 기억납니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선택이 지금도 가끔 마음에 걸립니다. 좋은 영화는 오래된 기억을 다시 꺼내게 만듭니다. 〈우리들〉이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