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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했는데 왜 소희는 거기서 나오지 못했나 — 다음 소희 리뷰 (줄거리 요약, 내 경험, 평점 및 비평)

by insutain 2026. 6. 22.
목차
  • 줄거리 요약: 현장실습 나간 소희가 돌아오지 않았다
  • 내 경험: 소희 나이 때 나는 무엇을 참고 있었나
  • 평점 및 비평: 영화 한 편이 법을 바꿔놓은 이유
다음 소희

"다음 소희."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제목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됩니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2)는 콜센터 현장실습에 배정된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그리고 형사 유진(배두나)이 그 죽음을 어떻게 쫓는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세계 최초 공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신인여우상·구찌 임팩트 어워드 수상, 누적 관객 10만 명 돌파. 그리고 이 영화 이후 국회에서 '다음 소희 방지법'이 통과됐습니다. 영화 한 편이 법을 바꿨습니다. 지금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현장실습 나간 소희가 돌아오지 않았다

소희(김시은)는 춤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통신사 콜센터 현장실습에 배정됩니다. 처음엔 열심히 합니다. 실적 압박, 고객의 폭언, 팀장의 눈치. 그래도 버텼습니다. 그런데 버틸수록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실적은 계속 쌓여야 했고, 욕설 전화는 매일 왔고, 퇴근은 없었습니다.

소희는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좋아하던 춤을 그만뒀습니다. 밝던 표정이 사라졌습니다.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저수지에서 소희가 발견됐습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소희의 마지막 날들을 따라가고, 후반부는 형사 유진(배두나)이 소희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입니다.

유진이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학교는 실습 실적을 위해 학생을 보냈고, 기업은 저임금 인력으로 활용했고, 아무도 소희에게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소희 혼자 감당하다 무너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조가 소희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다 보고 나면 더이상 적절할 수 없는 제목이 아프게 파고든다"고 했습니다. '다음 소희'라는 제목은 소희 다음에 또 다른 소희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말이기도 하고, 지금도 어딘가에 다음 소희가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내 경험: 소희 나이 때 나는 무엇을 참고 있었나

〈다음 소희〉를 본 건 마흔 중반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소희가 콜센터에서 폭언을 들으며 버티는 장면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희 나이 때,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스무 살 때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편의점이었습니다. 진상 손님이 와서 이유 없이 소리를 질러도, 점장 눈치가 보여서 그냥 참았습니다. 부당한 걸 알면서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사회생활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그 말을 믿었습니다. 소희가 그만두지 못하고 버티는 이유가 그래서 이해됐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마흔이 넘어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때 왜 그냥 참았을까. 그만뒀으면 됐는데. 물론 그때의 나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소희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만두면 학교에서 어떻게 보일까, 담임 선생님께 뭐라고 할까, 부모님이 뭐라고 할까. 그 눈치들이 소희를 그 자리에 붙잡았던 겁니다. 혼자서는 나오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소희가 이상한 게 아닙니다. 소희를 거기 있게 만든 구조가 이상한 겁니다. 그 구조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더 무거운 이유입니다.

평점 및 비평: 영화 한 편이 법을 바꿔놓은 이유

〈다음 소희〉는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국내에는 2023년 3월 개봉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중 그해 처음으로 누적 관객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9만 명을 넘기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정주리)·영화부문 신인여우상(김시은)·구찌 임팩트 어워드, International Women Film Festival of Creteil 수상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가장 큰 사회적 반향은 법 개정이었습니다. 영화 개봉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표류하던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이른바 '다음 소희 방지법'이 2023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영화 한 편이 법을 바꾼 것입니다. 한국 독립영화 역사에서 이런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비평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연출 방식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흔히 빠지는 과도한 신파 없이, 현장의 부조리와 구조적 문제를 차근차근 보여주며 묵직한 화두를 던집니다. 과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김시은과 배두나의 연기도 빠짐없이 언급됩니다. 특히 정주리 감독과 배두나는 〈도희야〉에 이어 두 번째 호흡으로, 그 신뢰가 화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나는 결국 이런 영화가 세상을 바꾸리라 믿는다." 왓챠 관객 평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이 한 줄이, 이 영화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을 바꿨습니다.

왓챠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불편하고,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멍합니다. 그럼에도 꼭 보셔야 하는 영화입니다. 소희의 이야기가 과거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 소희〉를 보고 나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음 소희'라는 제목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지금 어딘가에 또 다른 소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며칠 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좋은 영화는 불편하게 만들고, 불편함이 오래 남습니다. 〈다음 소희〉가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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