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아들의 빈자리를 채워가던 소년이 고백을 한다
- 내 경험: 상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
- 평점 및 비평: 씨네21이 올해의 독립영화로 꼽은 이유

아들이 살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 질문 하나로 영화 전체가 굴러갑니다.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2018)는 고등학생 아들 은찬을 물놀이 사고로 잃은 부부 성철(최무성)·미숙(김여진)이,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은찬의 친구 기현(성유빈)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씨네21 선정 2018년 올해의 독립영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 최무성·김여진·성유빈 세 배우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 지금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아들의 빈자리를 채워가던 소년이 고백을 한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은 6개월 전 고등학생 아들 은찬을 잃었습니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친구 기현(성유빈)을 구하고 숨졌습니다. 사고 이후 기현이 학교를 그만두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성철은, 기현에게 인테리어 기술을 가르쳐주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존재로 기현을 대했던 미숙도 차츰 소년에게 마음을 엽니다. 은찬의 빈자리를 기현이 조금씩 채워갈 즈음, 기현이 미숙에게 예상치 못한 고백을 합니다. 은찬은 기현을 구한 것이 아니라, 기현의 패거리가 은찬을 물에 빠뜨려 죽인 것이라는 진실을.
영화는 그 이후를 담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현이 왜 지금 이 고백을 했는지.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지,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영화는 끝내 단순하게 답하지 않습니다. 애도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불완전한 것인지를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내 경험: 상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
〈살아남은 아이〉를 본 건 마흔 초반이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남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몇 년 전 가까운 지인을 갑작스럽게 잃었습니다. 사고였습니다. 처음엔 슬펐고, 그다음엔 화가 났고, 그다음엔 이상하게 아무 감정도 없어졌습니다. 그 감정 없음이 더 이상했습니다. 슬퍼해야 하는데 슬프지 않은 나 자신이 낯설었습니다. 성철이 기현과 함께 일하면서 점점 표정이 풀리는 장면을 보며 그 감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상실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배신처럼 느껴지는 그 감각.
미숙이 기현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됩니다. 아들의 죽음과 연관된 아이에게 마음을 여는 것. 그런데 감정은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그걸 압니다. 이 영화는 그 불합리한 감정을 끝까지 부정하지 않습니다.
평점 및 비평: 씨네21이 올해의 독립영화로 꼽은 이유
〈살아남은 아이〉는 2018년 8월 개봉해 독립영화로는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씨네21 기자단·평론가 선정 2018년 올해의 독립영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최무성)을 수상했습니다. 성유빈은 이 영화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 씨네21 영평상 신인상을 받으며 단번에 주목받는 배우가 됐습니다.
비평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세 배우의 연기입니다. 최무성은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아버지를, 김여진은 상실을 감추고 버티는 어머니를, 성유빈은 죄책감과 외로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년을 과잉 없이 표현합니다. 특히 세 사람이 함께하는 식탁 장면들이 압권입니다. 대사 없이도 세 사람 사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기현이 고백을 결심한 이유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진실 이후의 서사가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부분이 열린 결말을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서사적 미완인지에 대해서는 관객마다 다르게 읽힙니다.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상실을 경험한 적 있는 분, 애도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고 싶은 분께 특히 추천합니다. 쉽지 않은 영화지만, 보고 나서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살아남은 아이〉를 보고 나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잃었던 그 지인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 제대로 슬퍼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빨리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한 편이 그 감정을 다시 꺼내게 했습니다. 좋은 영화는 그런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