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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전날 밤, 고백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너와 나(줄거리,내 경험, 평점 및 비평)

by insutain 2026. 6. 18.
목차
  • 줄거리 요약: 수학여행 전날, 세미는 하은에게 고백하려 했다
  • 내 경험: 하지 못한 말을 안고 살아온 시간들
  • 평점 및 비평: 이동진이 2023년 한국영화 1위로 꼽은 이유
너와 나

세월호 10주기.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이 말을 먼저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2023)는 수학여행 전날 밤, 친구에게 고백하려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세월호를 직접 다루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사건이 묵직하게 가슴을 짓누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2023년 한국영화 순위 1위로 꼽은 유일한 작품, 별점 4점 이상을 준 단 한 편의 영화. 제4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각본상 수상. 왜 이 영화가 그토록 많은 사람의 마음에 남았는지, 지금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수학여행 전날, 세미는 하은에게 고백하려 했다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에게 하은(김시은)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친구이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세미는 용기를 내어 하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합니다. 그날 하룻밤, 두 소녀가 함께 보낸 시간을 영화는 조용히 따라갑니다.

영화의 배경은 단 하룻밤입니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갈등도 없습니다. 그냥 두 아이가 걷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하룻밤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세미가 하은에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하은은 세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이 하룻밤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영화는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내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하룻밤이라는 설정이, 그제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힙니다. 그 순간 영화관이 조용해집니다. 말이 없어집니다.

세월호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세월호를 가장 깊이 다룬 영화. 〈너와 나〉는 그 역설로 오래 기억됩니다.

내 경험: 하지 못한 말을 안고 살아온 시간들

〈너와 나〉를 본 건 마흔 중반이었습니다. 세미가 하은에게 말을 꺼내려다 망설이는 장면들을 보면서, 하지 못한 말을 품고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한번은 연락하려다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에 그냥 덮었습니다. 그게 몇 번 반복됐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제야 연락했는데, 예전처럼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하지 못한 말들이 사이에 쌓여 있었습니다.

세미가 하은에게 말을 건네는 그 하룻밤이, 제게는 그 친구와 보낸 시간들과 겹쳐 보였습니다. 그때 더 자주 연락했더라면, 하고 싶은 말을 미루지 않았더라면. 마흔이 넘으면 그런 후회가 하나씩 쌓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해야 합니다. 내일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너와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가장 아프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평점 및 비평: 이동진이 2023년 한국영화 1위로 꼽은 이유

〈너와 나〉는 2023년 10월 개봉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2023년 한국영화 순위 1위로 꼽은 유일한 작품이며, 별점 4점 이상을 준 단 하나의 영화였습니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각본상(조현철, 정미영), 제60회 백상예술대상 구찌 임팩트 어워드상을 수상했습니다. 조현철 감독은 배우로도 활동하며 〈헤어질 결심〉, 〈파친코〉 등에 출연한 인물로,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입니다.

비평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영화가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직접 언급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그냥 수학여행 전날 밤이라는 설정 하나로 모든 것을 담아냅니다. 전반부는 두 소녀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고, 후반부에서 그 감정선이 전혀 다른 무게로 전환되는 구조가 탁월하다는 평가입니다. 박혜수와 김시은의 연기도 빠짐없이 언급됩니다. 말보다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두 배우의 호흡이 영화를 완성합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전반부의 호흡이 지나치게 느려 일부 관객에게는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 리뷰어는 "훌륭하다고 하기엔 전반이 미흡하고, 미흡하다고 하기엔 후반이 훌륭한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세월호라는 소재가 퀴어 서사와 결합되는 방식이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월호 10주기인 2024년, 조현철 감독은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봄이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파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왓챠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반부가 느리더라도 끝까지 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 장면 이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너와 나〉를 보고 나서 그 친구한테 연락했습니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고, 친구는 반가워했습니다. 늦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조금씩 꺼냈습니다. 좋은 영화는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하세요. 내일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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