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가출한 세 소녀, 세상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 내 경험: 열여덟의 나는 무엇이 최선이라 믿었나
- 평점 및 비평: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목한 여고생 세 명의 이야기

나름 최선이라고 믿었는데, 돌아보면 서로에게 폭력이었던 선택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2021)은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아이유가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여고생 세 명, 강이(방민아)·소영(한성민)·아람(심달기)이 동반 가출을 감행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고, 돌아온 이후 세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무너집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촬영감독상,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선택상 수상.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방민아가 떠오르는 아시아 스타상을 받은 작품, 지금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가출한 세 소녀, 세상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강이(방민아), 소영(한성민), 아람(심달기)은 같은 고등학교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늘 붙어 다니며 소소한 일탈을 즐기던 셋은 어느 날 의기투합해 가출을 감행합니다. 영화는 왜 가출을 결심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들이 처한 상황들, 반응하는 방식, 그 연쇄만을 보여줍니다.
막상 세상은 쉽지 않습니다. 돈도 없고, 갈 곳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무더웠던 그 하룻밤 이후 셋의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가출이 실패로 돌아가고 학교와 집으로 돌아온 이후, 소영이 강이를 본격적으로 따돌리기 시작합니다. 가출 중 있었던 비밀 때문입니다.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소영, 가정폭력을 당하며 기댈 곳 없는 아람, 그 사이에서 혼자 버티는 강이.
영화는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세 사람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최선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됩니다. 그 복잡한 감정의 파고를 영화는 끝까지 설명 없이 보여줍니다.
내 경험: 열여덟의 나는 무엇이 최선이라 믿었나
〈최선의 삶〉을 본 건 마흔이 넘어서였습니다. 영화 속 세 아이는 제 나이의 절반도 안 됩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나도 저랬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열여덟 살 때 저도 비슷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었습니다. 친구에게 상처를 줄 때도, 누군가를 외면할 때도, 그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 돌아보면 그 선택들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걸 압니다. 그냥 그 나이에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뿐입니다.
소영이 강이를 따돌리는 이유가 영화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관객이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불명확함이 처음엔 답답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더 현실적입니다. 열여덟 살 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감정이 앞서고, 이유는 나중에 만들어지는 나이니까요.
평점 및 비평: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목한 여고생 세 명의 이야기
〈최선의 삶〉은 2021년 9월 개봉해 독립영화로는 유의미한 성과인 1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촬영감독 CGK&삼양XEEN상,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선택상, 제20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 떠오르는 아시아 스타상(방민아), 제2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자연기상(방민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각본상(이우정) 등 여러 시상식을 석권했습니다.
비평가들은 이우정 감독의 연출 방식에 주목합니다. 인물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는 태도, 감정의 돌발성을 그대로 두는 방식이 10대의 심리를 오히려 더 정확하게 담아낸다는 평가입니다. 방민아의 연기도 빠짐없이 언급됩니다.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눈빛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강이라는 인물을 완성합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가출 이후 있었던 비밀이 무엇인지 끝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관객에 따라 서사가 너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람의 서사가 강이·소영에 비해 충분히 파고들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 인물의 비중이 균등하지 않아 아람이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의견입니다.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10대의 이야기지만 어른이 봐야 더 아픈 영화입니다. 특히 그 나이를 지나온 분들께 추천합니다.
〈최선의 삶〉을 보고 나서 열여덟 살 때 소식이 끊긴 친구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다가갔다면 달랐을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그 나이에는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좋은 영화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합니다. 〈최선의 삶〉이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