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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친구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용서받지 못한 자 리뷰 (줄거리 , 내 경험, 평점 및 비평)

by insutain 2026. 6. 14.
목차
  • 줄거리 요약: 친구였던 두 사람, 군대에서 선임과 후임이 되다
  • 내 경험: 나도 군대에서 변했고, 변하게 했다
  • 평점 및 비평: 제작비 2000만 원으로 칸에 간 대학생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

"그 날 이후, 더 이상 친구일 수 없었다." 이 한 문장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는 중앙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입니다. 제작비 2,000만 원. 그런데 이 영화가 제5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하정우의 신인상 수상. 한국 남성 대부분이 겪은 군대 이야기를 이렇게 날것으로 담아낸 영화는 전후로 드뭅니다. 직접 들여다보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친구였던 두 사람, 군대에서 선임과 후임이 되다

말년 병장 태정(하정우)은 2년 가까이 군기반장으로 나름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동창 승영(서장원)이 후임으로 내무반에 들어오면서 모든 게 흔들립니다. 승영은 군대 특유의 부조리함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상관 군화를 닦는 것도, 고참이 신참 물건을 빼앗는 것도, 이유 없이 맞는 것도 그냥 넘기지 못합니다.

태정은 친구라는 이유로 승영을 계속 감싸줍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자신도 곤란해집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편해"라는 태정의 충고에도 승영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고참이 되면 이 모든 나쁜 관행을 바꾸겠다고 큰소리칩니다. 그 말이 태정에겐 철없게만 들립니다.

영화는 승영이 탈영하는 하루와, 그 전 군 생활을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태정이 왜 변했는지, 승영이 왜 버텼는지, 그리고 결국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화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여줍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군대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스템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한 영화입니다. 태정이 나쁜 사람이 아닌데 나쁜 선택을 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내 경험: 나도 군대에서 변했고, 변하게 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 중반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태정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군대에서 태정처럼 행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후임이 들어왔을 때 처음엔 잘해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선임처럼 굴게 됐습니다. 특별히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게 그 공간의 방식이었고, 거기에 맞추는 게 편했습니다. 태정의 그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편해"라는 대사가 그래서 더 찔렸습니다. 제 목소리 같았거든요.

마흔이 넘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더 복잡했습니다. 그때의 선택들이 지금의 저에게도 남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군대를 나온 지 20년이 가까워지는데, 그 2년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보면서 자꾸 자기 자신이 보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함을 느낄 겁니다. 그 불편함이 이 영화의 진짜 힘입니다. 나는 태정이었나, 승영이었나, 아니면 둘 다였나.

평점 및 비평: 제작비 2000만 원으로 칸에 간 대학생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는 제작비 약 2,000만 원으로 만든 대학생 졸업작품입니다. 그런데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PSB관객상 3관왕을 수상했고, 이듬해 제5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하정우는 이 영화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씨네21 전문가 별점 7.67, 관객 별점 8.34점을 기록했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사실성을 꼽습니다. 윤종빈 감독은 국방부에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제출해 촬영 협조를 받아냈고, 실제 부대에서 날것 그대로의 군 생활을 담아냈습니다. 덕분에 연출이 아니라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내무반의 공기, 고참의 눈빛, 신참의 긴장감이 화면에서 그대로 전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서사 구조상 승영의 내면이 태정에 비해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관객이 감정이입할 대상이 다소 모호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육군 측의 반발로 감독이 신문에 공개 사과문을 게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그 논란이 영화 자체의 평가와 뒤섞이며 일부 관객에게 선입견을 심어줬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이후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 〈군도〉 등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성장했고, 하정우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커리어에서 이 졸업작품이 여전히 회자되는 건, 그만큼 이 영화가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2년이라는 시간을 군대에서 보냅니다. 그 2년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어떤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이토록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는 드뭅니다. 군필자라면 반드시 한 번은 봐야 할 영화입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나서 같이 군대를 다녀온 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별 내용 없이 그냥 잘 지내냐고. 친구도 별 말 없이 잘 지낸다고 했습니다. 그 짧은 대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군대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그냥 서로 다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영화는 그런 연락을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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